언제쯤 괜찮아지나요
상담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저, 언제쯤 괜찮아질까요?"
세 달인지, 일 년인지. 그것만 알면 견딜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은, 끝이 보이는 터널보다 훨씬 길게 느껴집니다.
그 마음 충분히 압니다. 저도 한때 매일 밤 같은 질문을 붙잡고 잠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른 답을 드리려고 합니다.
기간을 못 말씀드리는 이유
"사람마다 다르다"는 뻔한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무엇을 "괜찮아짐"으로 볼지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증상이 아예 안 오는 날을 기준으로 두면, 그날은 잘 오지 않습니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니까요. 중요한 면접 앞에서 심장이 뛰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반대로 "증상이 와도 하루가 무너지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두면, 그날은 훨씬 먼저 옵니다.
날씨로 생각해 보세요
비가 한 번도 오지 않는 동네는 없습니다. "비가 안 오면 외출하겠다"고 기다리면, 평생 집 안에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산을 챙겨 나가는 법을 알면, 비 오는 날에도 내 하루를 살 수 있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스트레스에 대한 정직한 반응입니다. 위험이 아니라 불편입니다. 비를 없애는 게 목표가 아니라, 비가 와도 나가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기간을 묻는 마음이, 시간을 길게 만듭니다
"언제 끝나나"에 마음이 가 있으면, 하루하루가 "아직 안 끝났다"를 확인하는 시간이 됩니다.
오늘도 왔다. 아직도 그대로다. 이렇게 매일 점수를 매기면, 몸은 쉴 틈 없이 긴장한 채로 머뭅니다.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노력의 방향이 "끝내기"를 향해 있어서입니다. 그 방향을 **"오늘을 살기"**로 돌리면, 같은 하루가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기준을 바꾸는 게 먼저입니다
"공황이 안 오는 삶"을 목표로 두면 늘 시험 중인 상태가 됩니다. 조금만 증상이 와도 실패가 되고요. 그리고 실패할까 봐 긴장하면, 그 긴장이 다시 증상을 부릅니다.
없애려고 할수록 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바꿔 보시길 권합니다. "가고 싶던 곳에 갈 수 있는가."
이건 확인할 수 있고, 조금씩 늘어나는 게 눈에 보입니다.
"그래도 증상이 줄어야 나아진 거 아닌가요?"
이렇게 물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증상도 줄어듭니다. 다만 순서가 반대입니다.
증상이 줄어서 삶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삶이 넓어지면서 증상이 줄어듭니다. 몸이 "이건 위험이 아니었다"를 직접 겪으며 배우게 되니까요.
횟수 대신 볼 세 가지
- 다니는 곳이 늘고 있는가. 지난달에 못 가던 곳에 이번 달엔 가고 있다면, 나아지고 있는 겁니다.
- 증상이 왔을 때 돌아오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는가. 반나절 걸리던 게 한 시간이 되었다면, 그게 변화입니다.
- 하루 중 증상 걱정에 쓰는 시간이 줄고 있는가. 걱정하는 시간이 줄면, 그만큼 내 삶에 쓰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횟수는 들쭉날쭉합니다. 잠을 못 잔 주에는 늘고, 편한 주에는 줄어듭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는 방향이 보입니다.
오늘 한 줄을 적어 두세요
한 달 뒤에 다시 볼 수 있게, 오늘의 상태를 한 줄로 적어 두세요. "오늘은 마트에 혼자 다녀왔다. 계산대에서 조금 두근거렸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매일 보는 아이는 자라는 게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만난 친척은 "많이 컸네" 하고 바로 알아봅니다.
나아지는 것도 똑같습니다. 적어 두지 않으면, 나아진 것도 모른 채 지나갑니다.
제가 만난 분들 중에는 "하나도 안 나아졌다"고 하시다가, 석 달 전에 적어 둔 글을 다시 읽고 한참 말을 잇지 못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멀리 와 있었으니까요.
처음에는 이 기준이 낯설고 어색하실 겁니다. 당연합니다. 처음이니까요. 작게 시작해서, 반복하시면 됩니다.
우리가 가려는 곳은 "공황이 없는 삶"이 아닙니다. 증상이 와도 **"나를 위해 사는 삶"**입니다.
언제 괜찮아질지는 저도 정확히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오늘 한 걸음을 내디딘 사람은, 어제보다 이미 가까이 와 있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됐다면, 같은 마음으로 힘든 분께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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