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지다가 다시 왔을 때
몇 주 동안 괜찮았습니다. 지하철도 탔고, 미뤄 둔 약속에도 나갔습니다. "이제 정말 끝났나 보다"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출근길 버스 안에서 익숙한 그 느낌이 다시 올라옵니다. 심장이 빨라지고, 손끝이 차가워지고, 숨이 얕아집니다.
그날의 무게는 처음보다 더 무겁습니다. "그동안 한 게 다 소용없었나." 이 생각이 증상보다 더 아프게 찌릅니다.
제가 만난 분들 거의 모두가 이 날을 겪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바로 이 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왜 처음보다 더 무거운가
처음에는 몰라서 무서웠습니다. 이번에는 아는데도 왔기 때문에 무섭습니다.
"이제 알았으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 기대가 무너진 겁니다. 그래서 증상 자체보다 그 실망이 더 아픕니다.
왜 하필 지금 왔을까
다시 온 날을 가만히 돌아보면,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며칠 잠을 설쳤거나, 일이 한꺼번에 몰렸거나, 마음 쓰이는 일을 꾹 참고 지나왔거나요.
한 번 크게 놀란 뇌는 몸을 조금 예민하게 만들어 둡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먼저, 조금 크게 신호가 옵니다.
고장 난 게 아닙니다. "요즘 좀 무리했다"고 몸이 정직하게 알려 주는 것입니다. 화재경보기가 울렸다고 해서, 늘 집에 불이 난 건 아니듯이요.
다시 온 건 되돌아간 게 아닙니다
산을 오르는 길을 떠올려 보세요. 등산로는 꼭대기까지 곧게 올라가지 않습니다. 오르다가 잠깐 내려가고, 다시 오르고, 또 잠깐 내려갑니다. 내리막이 나왔다고 해서 산 아래로 돌아간 건 아니죠.
이 과정도 똑같습니다. 좋아지다 흔들리고, 또 좋아지다 흔들리는 모양으로 갑니다.
그리고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감각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이번에는 아십니다.
이 감각은 위험이 아니라 불편이라는 것. 요즘 스트레스가 쌓였다는, 몸의 정직한 신호라는 것.
몰라서 응급실로 달려갔던 때와, 알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때는 같은 증상이어도 완전히 다른 상태입니다.
"그래도 다시 왔잖아요"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다시 온다는 건 결국 안 나아졌다는 뜻 아닌가요?"
하지만 극복은 증상이 다시는 오지 않는 상태가 아닙니다. 증상이 와도 내 삶이 무너지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증상이 다시 오는 건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연습할 기회가 다시 온 겁니다. 그동안 배운 것을 진짜로 써 볼 수 있는 날이요.
그리고 그동안 애쓴 시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몸이 그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오르막은, 대개 첫 번째보다 짧습니다.
정말 조심하셔야 할 것
다시 오면 대개 다시 피하기 시작합니다. "역시 아직 멀었나 보다." 그러면서 되찾았던 곳을 하나씩 내주게 됩니다. 지하철을 다시 버스로 바꾸고, 약속을 다시 미루고요.
피하는 순간에는 분명 편해집니다. 하지만 그때 뇌는 이렇게 다시 배웁니다. "역시 거기는 위험한 곳이었어."
여기서 잃는 게 큽니다. 증상이 아니라, 그 후퇴가 진짜 손해입니다.
증상은 가만히 두면 지나갑니다. 하지만 내준 자리는 다시 되찾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다시 온 날 할 수 있는 세 가지
- "요즘 많이 지쳤나 보다"라고 먼저 말해 주세요. 나를 탓하는 대신, 몸이 보낸 신호를 알아주는 겁니다.
- 되찾았던 것 중 하나만 지켜 보세요. 전부 그대로 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날은 힘드니까요. 다만 하나는 놓지 않는 겁니다.
- 며칠은 몸을 먼저 챙기세요. 잠, 식사, 가벼운 걷기. 지친 몸이 쉬면 예민해진 감각도 같이 가라앉습니다.
흔들린 뒤에 오는 것
제가 만난 분들 중에는 이런 날을 몇 번씩 겪고도 결국 자기 삶으로 돌아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다시 온 날에도 하나는 놓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하나가 "다시 왔지만, 내 삶이 다시 좁아지지는 않았다"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다음 회복을 훨씬 빠르게 합니다.
흔들릴 때마다 실망하셔도 괜찮습니다. 처음이니까, 당연한 겁니다. 다만 거기서 멈추지만 마세요.
우리가 가려는 곳은 "공황을 피하는 삶"이 아닙니다. 흔들리는 날에도 **"나를 위해 사는 삶"**입니다. 그 방향만 잃지 않으면 됩니다.
지금 이 내리막도,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같은 길 위에 있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됐다면, 같은 마음으로 힘든 분께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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