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옆 자리
처음에는 아주 합리적인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가운데 자리 대신 통로 쪽을 고릅니다. 언제든 빠져나가기 쉬운 곳에 주차합니다. 큰 마트 말고 작은 동네 슈퍼로 향합니다.
이것들은 증상이 아닙니다. 그냥 개인적인 취향이고, 나름대로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알아채기가 어렵습니다.
1년쯤 지나면 문득 깨닫게 됩니다. 영화관에 간 적이 없다는 걸.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때그때 이유가 생겼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들은 모두 진짜였습니다.
세상은 한 번에 좁아지지 않습니다. 각각은 말이 되는 선택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좁아집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무언가를 피했을 때 안도감이 밀려오는 순간, 우리 신경계는 하나의 교훈을 기록합니다. 그건 위험했고, 그 자리를 피했기 때문에 괜찮았다고. 실제로 나쁜 일이 일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자체가, 도망친 선택이 옳았다는 증거로 새겨집니다.
그래서 두려움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조용히, 그리고 합리적인 선택 하나하나를 통해, 되려 확인되고 강해집니다.
이 작동 방식을 알면, 무엇을 살펴야 할지가 달라집니다. 많은 분들이 공황 발작의 횟수와 강도를 기록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건 그다지 정확한 기준이 아닙니다. 앞으로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더 잘 보여주는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아직 내 삶의 목록에 남아 있는 장소와 경험이 얼마나 되는가입니다.
솔직하게 한번 떠올려 보세요. 예전에는 하던 일인데, 지난 6개월 동안 하지 않은 것들. 흥미를 잃어서가 아니라, 아직도 하고 싶은데 못 한 것들.
그 목록이 지금 내 상태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그리고 발작 그 자체와는 달리, 그 지도 위로는 다시 걸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순서를 정하고, 나를 무너뜨리지 않는 속도로, 한 걸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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